가천의대 길병원 내과학교실 이종준, 권오상

 

HBsAg 음성 간세포암 환자 중 HBV 잠재 감염(occult HBV infection)의 유병률은 22-87%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 다양한 유병률을 보이는 이유는 HBV 잠재 감염을 검출하기 위한 검체의 종류, 검출 방법, 그리고 지역에 따른 차이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HBV 잠재 감염은 HBV 감염이 흔한 국가에서 HBV나 HCV에 의한 간세포암이 아닌 non-B, non-C 간세포암의 가장 흔한 원인 중 하나라고 생각된다.

여기서는 HBV 잠재 감염이 간세포암 발생에 관여하는 기전과 함께, 여러 간질환에서 간세포암 발생에 있어 발암 보조인자로서의 역할에 대해 임상적 증거들을 제시함으로써 HBV 잠재 감염과 간세포암과의 연관성에 대해 논의하도록 하겠다.

다만 HCV 감염 환자에서 간세포암 발생에 HBV 잠재 감염이 관여하는가에 대해서는 전 장에서 다루었기 때문에 생략하기로 하겠다.

 

 

 

 

 

 

 

 

 

 

 

 

 

 

 

 

 

 

 

 

 

 

 

 

 

 

 

 

간세포암 발생 기전

많은 양의 HBV가 없는 극 미량의 바이러스만 가지고 있는 HBV 잠재 감염 환자에서 HBV 잠재 감염이 어떻게 간세포암을 발생시키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잘 알려진 바가 없다. 기초연구에 의하면 HBV 잠재 감염에서 HBV는 전형적인 HBV 감염과 마찬가지로 전사(transcription) 능력을 갖고 있고, 또한 종양 유발 특성(pro-onocogenic property)을 갖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HBV 잠재 감염 환자에서 HBV DNA가 숙주의 유전자에 통합(integration)되어 있는 것이 발견되었고, 이렇게 통합되어 있는 HBV DNA의 변이된 X 유전자 산물의 표현이 증가되어 있다. 이러한 사실들로 미루어 볼 때 HBV 잠재 감염이 종양 유발 단백의 합성을 촉진시킬 수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임상연구와 실험모델에 의하면 적은 양의 HBV나 과거 HBV 감염 경력이 HBsAg 음성 환자에서의 간세포암 발생과 관련이 있다는 다음과 같은 증거들이 있다.

1) HBV 유전자가 30-80%의 HBsAg 음성 환자의 간세포암 조직에서 발견된다. 2) 간세포암을 가진 동시에 HBsAg 음성이고 간경변증도 없는 성인 및 어린이에서 HBV DNA가 검출된다.3) Anti-HBs 양성인 환자에서도 간세포암이 발생된다. 4) HBsAg이 없어진 만성간염 환자에서도 간세포암이 발생된다. 5) HCV 간경변 자에서 HBV 잠재 감염을 가진 환자가 가지지 않은 환자보다 간세포암 발생의 빈도가 높다. 동물 실험에서 woodchuck hepatitis virus (WHV)에 대한 항체를 갖고 있거나 HV의 표면 항원이 없어진 woodchucks 15-20%에서 간세포암이 발생된다. 위와 같은 사실들이 HBV 잠재 감염과 간세포암 발생과의 연관을 간접적으로 증명하는 것들이다.

 

알코올성 간경변증에서 HBV 잠재 감염과 간세포암

우리나라에서 간세포암의 원인은 HBV 71.7%, HCV 12.5%, 알코올 6.8% 등이다. 음주는 간세포암의 원인으로 HCV에 이어 3번째를 차지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만성 간질환의 원인으로 HBV에 이어 2번째로 많다.

음주는 구강암, 후두암, 인두암, 그리고 식도암 등의 발생을 증가시키며 간세포암의 발생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고, 특히 만성 C형간염 환자들에서 간경변이나 간세포암의 발생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B형 간질환에서도 간세포암의 발생을 증가시킨다.22 그러나 음주가 과연 간세포암 발생의 직접 원인인지 아니면 다른 발암 보조인자의 도움으로 간세포암을 발생시키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의 여지가 많다.

Uetake 등은 HBsAg 음성, anti-HCV 음성 알코올성 간경변 환자 91명에 대해 전향적으로 5.9년(중앙값) 동안 간세포암의 발생을 관찰하였다. 이 연구에서는 anti-hepatitis B core (anti-HBc)와 serum HBV DNA를 HBV 잠재 감염의 표지자로 이용하여 각각 분석을 시행하였다. 총 13명의 환자에서간세포암이 발생하였는데 간세포암이 발생한 군에서 anti-HBc 양성률은 69.2%로 간세포암이 발생하지 않은 군 28.2% 보다 양성률이 높았다(p<0.02).

간세포암의 누적 발생률도 anti-HBc 양성군에서 음성군에 비해 높았으며(p=0.015), Cox-regression analysis에서도 anti-HBc가 간세포암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경향을 보였다(p=0.059). 그러나 간세포암군의 혈청 HBV DNA 양성률이 61.5%로 상당히 높은 편이었지만 간세포암이 생하지 않은 군에서는 아쉽게도 혈청 HBV DNA를 분석하지 않아 혈청에서 검출되는 HBV DNA와 간세포암과의 관계는 알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일반적으로 알코올성 간질환 환자의 혈청에서 HBV DNA 검출률이 그렇게 높지는 않아, 알코올성 간경변 환자에서 간세포암 발생에 HBV 잠재 감염이 중요한 위험인자일 가능성이 높다.

필자의 연구에서도 유사한 결과를 보였는데, 72명의 알코올성 간세포암 환자와 나이 성별이 유사한 72명의 알코올성 간경변 환자를 대상으로 환자 대조군 연구를 시행하여 anti-HBc의 유병률과 혈청 HBV DNA 양성률을 조사하였다.

Anti-HBc 양성률은 간세포암군에서 86.1%로 간경변증군 66.7%에 비해 높았다(p=0.005). 그러나 혈청 HBV DNA 양성률은 간세포암군에서 31.7%, 간경변증군에서는 29.9%로 차이가 없었다. Anti-HBc를 HBV 잠재 감염의 표지자로 사용할 때 HBV 잠재 감염은 알코올성 간경변에서 간세포암 발생의 유의한 인자였으나, 혈청 HBV DNA를 HBV 잠재 감염의 표지자로 사용할 때에는 간세포암 발생의 유의한 인자는 아니었다. 그러나 anti-HBc는 HBV 잠재 감염의 진단 시 위 양성률이 높고, 혈청 HBV DNA는 위 음성률이 높아 섣불리 한 표지자만의 결과를 가지고 판단하기는 힘들다. 따라서 향후 가능한 한 간조직을 검체로 사용하여 HBV DNA를 검출하거나, 혈청을 이용할 경우에는 좀더 큰 규모의 전향적 코호트 연구가 필요하다.

 

비 알코올성 지방간질환에서 HBV 잠재 감염과 간세포암

선진국에서 최근 20년간 간세포암의 발생이 증가되었는데 이러한 간세포암의 증가 원인은 50% 정도가 HCV에 의한 것이다. 그러나 나머지 15-50%의 간세포암 증가 원인은 뚜렷 하지가 않은데 아마도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non-alcoholicfatty liver disease, NAFLD)에 의한 것으로 생각된다. 사실 선진국에서 가장 흔한 만성 간질환은 이제 NAFLD로, 그 중 한 형태인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on-alcoholic steatohepatitis, NASH)은 간경변과 간세포암을 유발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26-37%의 NASH 환자는 약 6년의 기간에 걸쳐 간섬유화로 진행하며 약 9%의 환자가 간경변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중 4-27%의 NASH에 의한 간경변 환자에서는 간세포암이 발생한다. 간세포암의 발생은 일반적으로 다른 원인에 의한 간세포암에 비해 높은 연령대에서 발생한다.

NASH 환자에서 간세포암의 발생기전은 아직 잘 알려져 있지 않으나 일반적으로 간경변 환자에서 간세포암이 발생하는 기전과 유사하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NASH 환자에서 특이한 기전으로 생각되는 것은 비만, 대사 증후군, 당뇨와 연관되어 있는 인슐린 저항성이다.28 이와 더불어 과거 non-B, non-C 간세포암에서 HBV 잠재 감염의 역할에 대한 연구가 있어 왔는데, 이러한 non-B, non-C 간세포암의 상당수가 NAFLD로 생각되며 이러한 이유로 HBV 잠재 감염이 NAFLD에서 간세포암의 발생에 어떠한 역할을 하지 않을까 추정된다. 그러나 아직까지 HBV 잠재 감염이 NAFLD에 의한 간질환에서 간세포암 발생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서는 연구되지 않았다.

필자가 국내 원인 미상의 간세포암 환자 35명을 대상으로 그 특징을 분석하였다(unpublished data). 여기서 필자는 anti-HBc를 HBV 잠재 감염의 surrogate marker로 사용하였는데, anti-HBc를 검사했던 환자 26명 중 16명의 환자가 양성(62%)으로 국내에 보고된 anti-HBc 양성률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 중 간세포암의 원인으로 NAFLD가 의심되는 환자가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체질량지수가 25 이상인 환자 22명을 NAFLD가 원인이라 보고 선별하여 조사한 결과에서도 anti-HBc 양성률은 61%로 국내 anti-HBc 양성률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또한 일부 환자들의 보관된 혈청에 대해 HBV DNA의 검출률을 살펴본 결과 16%로 이 역시 국내 보고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31 그러나 이 예비 연구는 환자수가 적고 모든 환자의 혈청을 확보하지 못한 한계가 있다. 향후 NAFLD 환자에서 HBV 잠재 감염이 간세포암 발생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하기 위해서는 간조직과 혈청을 검체로 사용한 더 큰 규모의 연구가 필요하다.

 

원인 미상 간질환에서 HBV 잠재 감염과 간세포암

원인 미상 간세포암이 HBV 잠재 감염과 간세포암의 관계를 직접적으로 설명해 줄 수 있는 중요한 단서이기는 하지만 최근 들어 이러한 원인 미상 간세포암의 상당수가 NAFLD에 의한 것리라 추정하고 있다. 따라서 NAFLD를 제외한 원인 미상 간세포암의 연구가 진행되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NAFLD를 정확히 진단하는 방법이 없고 이미 간세포암이 발생한 환자에서 조직학적으로도 NAFLD의 증거를 찾기가 어렵다. 따라서 여기서는 기존의 non-B, non-C 간세포암의 발생에 HBV 잠재 감염의 영향에 대한 문헌 고찰을 중점적으로 하겠다.

Wong 등은 홍콩에서 간세포암으로 수술한 33명의 원인미상 간세포암 환자를 대상으로 HBV 잠재 감염의 유병률을 연구하였다. 이중 약 21%의 환자는 NASH 등 NAFLD의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간조직으로 HBV DNA를 검출한 결과 24명(73%)의 환자가 양성으로 상당히 높은 HBV 잠재 감염률을 보였으나 혈청에서는 HBV DNA가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

간조직에서 HBV DNA가 검출된 24명 중 18명에서 anti-HBc가 양성으로 나와, 간조직에서 HBV DNA가 검출된다고 해서 모든 환자가 anti-HBc가 양성은 아니었다. 이러한 결과로 미루어 원인 미상의 간세포암의 경우 HBV 잠재 감염이 간세포암 발생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원인 미상의 간세포암 중에 NAFLD에 의한 간세포암도 있을 가능성이 있어 이를 배제한 연구가 필요하며 보다 많은 간세포암의 예와 대조군이 필요하다.

Ikeda 등도 82명의 non-B, non-C 간경변 환자에서 간세포암 발생을 보기 위해 코호트 연구를 하였다. 혈청에서 HBV DNA가 있는 HBV 잠재 감염 그룹(n=9)에서 5년과 10년의 간세포암 발병률은 각각 27%, 100%였으나 HBV 잠재 감염이 없는 군(n=73)은 11.8%, 17.6%로 확연한 간세포암 발생률의 차이를 보였다(p=0.0078). 다변량 분석 결과에서도 HBV 잠재 감염은 유의한 간세포암 발생 위험인자였다(hazard ratio 8.25, p=0.003). 그러나 알코올성 간경변으로 의심되는 예가 약 반 수 가량 섞여 있어 이를 제외한 환자에 대한 분석이 필요한 연구였다.

Yotsuyanagi 등33도 non-B, non-C 간세포암 환자 42명과 나이와 성별을 맞춘 정상 대조군을 선별하여 환자 대조군 연구를 시행하였다. 혈청에서 HBV DNA는 간세포암군에서 47.6% 검출되었고 대조군에서는 2.4%에서 검출되어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p<0.001). 간조직을 얻을 수 있었던 간세포암 환자 12명 중 간에서 HBV DNA 검출률은 66.7%였다. 그러나 이 연구 역시 일부 환자가 알코올성 간세포암이 의심되었고 모든 환자가 간조직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어서 해석에 제한점이 있다.

Tamori 등은 21명의 non-B, non-C 간세포암 환자의 혈청과 간조직으로 HBV 잠재 감염을 연구하였는데, 혈청에서는 HBV DNA가 검출되지 않은 반면 간조직에서는 38%의 환자에서 HBV DNA가 검출되었다. 그러나 일부 환자가 간암의 원인으로 알코올, 자가면역성 간염, 원발성 담즙성 간경변이 있었다. 이런 환자를 제외하면 11명의 환자가 원인 미상으로, 이 중 64%에서 HBV DNA가 검출되어 상당히 높은 검출률을 보였다. 이는 원인 미상의 간세포암의 발생에 HBV 잠재감염이 연관되어 있음을 강력히 시사하는 연구이나 환자수가 너무 적다는 한계가 있다.

Chen 등은 222명의 non-B, non-B 간세포암 환자의 혈청으로 HBV 잠재 감염을 연구하였다. 이 환자들과 나이와 성별을 맞춘 간질환이 없는 300명의 환자를 대조군으로 하여 간세포암 발생에 HBV 잠재 감염이 관여하는지 살펴보았는데, 간세포암군 환자에서는 40.5%에서 HBV DNA가 검출된 반면 대조군에서는 8.0%에서만 HBV DNA가 검출되었다(p<0.0001). 이 연구는 우리나라처럼 HBV 감염이 만연된 대만에서 이루어진 연구로, 환자수는 충분하지만 알코올 섭취력, 비만 여부 등 중요한 인자들에 대한 조사가 빠져 있어 결과 해석에 주의가 필요하다.

Kusakabe 등은 앞서 언급한 일본에서 진행된 연구들과는 다른 결과를 제시하였다. 45명의 non-B, non-C 간세포암 환자의 혈청에서 HBV DNA를 검출하였는데, 18%의 환자에 서만 HBV DNA가 검출되어 non-B, non-C 간세포암에서 HBV 잠재 감염의 의미는 크지 않았다. 그러나 기존의 일본 연구와 왜 다른 결과를 얻었는지 설명이 확실치 않고 환자수가 적다는 한계점이 있다.

 

결 론


비록 여러 연구들이 HBV 잠재 감염이 간세포암 발생과 연관되어 있다고 하지만, 그와 같이 극미량의 HBV가 과연 단독으로 간세포암을 일으킬지는 미지수다. 예를 들면 현재 급성 간염으로 회복된 환자가 미량의 HBV DNA를 갖고 있어도 간경변이나 간세포암을 일으킨다는 증거는 아직 보고된 적이 없다. HBV 잠재 감염 환자에서 간세포암의 발생은 HBV 잠재감염 단독에 의한 것이라기 보다는 다른 발암성 원인과 함께 발암 활동성을 촉진시키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전 장과 본문에서 언급한 대로 만성 C형간염이나 만성 음주자는 이미 간세포암의 발생이 증가할 인자를 가지고 있는데, 여기에 상승 효과로 HBV 잠재 감염이 간세포암의 발생을 더 촉진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즉 미량의 HBV는 간세포암 발생에 큰 역할을 할 수는 없지만 다른 발암 보조인자들, 즉 HCV, 알코올, 그리고 발암물질 등이 작용하면 간세포암의 발생을 증가시킬 가능성이 있다(Fig. 1). 그러나 NAFLD에서는 아직 HBV 잠재 감염이 간세포암 발생에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는 없어 NAFLD 자체의 발암 기전이 더 중요하리라 생각된다. 이에 대해서는 향후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원인 미상의 간세포암에서 HBV 잠재 감염이 간세포암 발생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연구가 미진한 실정이다(Fig. 1). 이제까지의 여러 연구들이 알코올, NAFLD, 자가면역성 간염, 원발성 담즙성 간경변 등에 의한 간세포암을 non-B, non-C 간세포암으로 묶어 연구하였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원인 미상의 간세포암의 구성이 무척 이질적이어서 결과 해석에 문제가 많이 발생하고 연구별로 서로 다른 결과를 초래해왔다. 따라서 알려진 가능한 원인들을 제외한 순수한 원인 미상의 간세포암만을 선별하여 연구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노력들은 결국 순수한 HBV 잠재 감염의 발암 효과와 더불어 발암 보조물질(co-carcinogen)로 역할을 하는가를 규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논문협조 - 대한소화기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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